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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 Health Nurs Res > Volume 23(2):2017 > Article
청소년 암 생존자의 적응 경험과 사회적 지지망

Abstract

Purpose

The main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adaptation experience of adolescent cancer survivors during and after cancer treatment, and their perceived social support networks.

Methods

This study was a qualitative descriptive study using the in-depth interview. Eight adolescent cancer survivors who were diagnosed with cancer between 11 to 18 years old participated in the study.

Results

The adaptation experiences of adolescent cancer survivors over time were identified within five categories for during their treatment such as “being catapulted from one’s life,” “standing at the center of discomfort,” “falling behind the line,” “accepting the change,” “being developed”, and another five categories for after the treatment including “being shackled,” “encountering the forgotten reality,” “overcoming and emerging from the reality,” “growing into adulthood,” “entering into a new orbit.” Participants reported the various members of their social support network and their roles during and after the treatment as well.

Conclusion

While adolescent cancer survivors adjusted to their changing situations after the cancer diagnosis, their internalized adaptation, as well as perceived social support from their diverse surrounding network, played significant roles. These findings will become a valuable asset for developing age-appropriate nursing interventions to promote psychosocial adjustment of adolescents with cancer.

서 론

소아청소년 암은 19세 이하 아동 및 청소년의 가장 주된 사망원인인 질환으로 2000년대에도 그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1]. 특히 국내 15세 이상 19세 이하의 청소년 군에서 암 발생률은 지속해서 증가하여 2010년 이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평균 약 660명의 청소년이 암을 진단받고 있다[2]. 과거 소아청소년 암은 아동 및 청소년에게 사망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여겨져 왔으나 현대 의학 및 제약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생존율이 극적으로 증가했다[3]. 따라서 소아청소년 암은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질환이 아닌, 장기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또 하나의 만성질환에 가깝게 여겨지고 있으며,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정기적 치료를 마친 생존자들의 장기적 삶의 질 및 후기 합병증을 관리하는 일이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4].
신체적, 인지적, 심리사회적 변화를 경험하는 청소년기에 암을 진단받는 것은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의 문제로 어린 아동기 혹은 성인기 암과는 차별화된 심리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하며 또래 및 가족 외의 대상과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성을 발전시켜가는 시기에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은 또래들이 경험하지 않는 예상치 못한 도전과 마주하게 된다[5,6]. 정기적인 치료 일정 및 그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 등으로 병원 방문이 잦아지면서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외적인 요소가 또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기에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를 경험하면서 달라진 신체상 및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기도 한다[7,8]. 남과 다르다는 인식은 또래 및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 및 역할을 탐색하는 청소년들에게 혼란스러움을 불러오기도 한다[9]. 복잡한 의료 시스템 및 치료과정 중 청소년들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거나 부모 및 의료진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독립성 및 자기 통제감을 상실하고 더 나아가 자존감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6]. 마지막으로 생존 및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면서 치료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이들이 성장발달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혀지거나 생존 이후의 문제로 미뤄지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성장발달에 있어 중요한 시기에 사회와 역격리되어 또래와 다른 시간을 보내온 청소년들은 치료가 종결된 후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암 생존자로서의 새로운 삶과 마주하며 사회 부적응, 학교로의 복귀 문제, 미래의 불확실성, 정보 부족 등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10,11].
많은 연구가 이처럼 또래와 다른 경험이 청소년 암환아 및 생존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보고해왔으나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 및 상황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충분한 사회적 지지를 경험하며 또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오히려 복원력(resilience) 및 자아존중감(self-esteem)의 증가, 삶에 대한 긍정적 관점 획득, 실존적 성장(existential growth) 등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낸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12-15]. 이처럼 청소년 암환아들의 적응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일치되지 않는 것은 다수의 연구가 일부 변수 및 그 관계에 주된 초점을 둔 양적 연구로 이루어지거나, 청소년기의 복잡한 발달과정,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및 그 안에서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암 질환 경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횡단적 연구설계를 바탕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청소년 암환아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지지의 경우, 주로 일반적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 발된 사회적 지지 측정도구를 적용하여 부모, 교사, 친구 등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탐구되어 왔기 때문에 또래와 다른 상황 및 사회환경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암환아 및 생존자들이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사회적 지지 및 관계망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제한점은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지를 간과하고 활용 가능한 잠재적 지지 자원은 놓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본 질적 서술적 연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드러난 제한점을 보완하고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의 적응 경험을 암 진단 직후부터 완치자로서의 삶을 사는 현재에 걸쳐 후향적 면담을 통해 탐구하고자 이루어졌다. 또한, 기존의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이들 스스로가 인식한 중요한 사회적 지지망 구성원과 그들의 역할에 관해 확인함으로써 추후 이들의 치료과정 및 그 이후의 적응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들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연구 설계 및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심층면담을 통해 청소년 암 생존자의 적응 과정과 사회적 지지망을 확인하고자 하는 질적 서술적 탐색 연구로 이루어졌다. 참여자는 만 11-18세 사이 청소년기에 암을 진단받고 치료가 종결된지 6개월 이상 5년 미만 경과한 청소년 및 초기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다. 모집 방법으로는 서울 시내 1개 3차 병원에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가 종결된 후 완치자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및 초기 성인 중 참여에 동의한 대상자와 그들을 통해 다른 대상자를 소개받는 눈덩이 표집 방법이 활용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총 8명이 모집되었다.

자료 수집 방법 및 분석 방법

본 연구의 윤리적 수행을 위해 먼저 연구자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연구 수행에 대한 공식적인 승인(KU-IRB-12-44-A-2)을 받았다. 참여자 모집을 위해 소아암 완치자 자조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호자 및 청소년 암 생존자를 통해 연구 참여에 동의하는 적합한 대상자 명단을 확보한 후 이들과 그 보호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구에 관한 정보, 대상자의 권리, 연구 참여 보상 및 비밀보장의 원칙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 자료는 2013년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에 걸쳐 반구조화된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되었다. 면담 질문으로는 “암을 진단받은 후부터 치료를 마친 지금까지 당신의 경험을 얘기해보세요,” “진단을 받고 치료했던 경험이 본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이나 그로 인해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요?” “발병 후 지금까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왜 중요한가요?” “그 사람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혹은 치료가 끝난 후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나 영향을 주었나요?” 등이 사용되었다. 또한 대상자들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지지망을 탐색할 수 있도록 원작자의 승인을 받아 Tracy & Whittaker[16]의 사회적 관계망 지도(Social Network Map)를 제시하고 함께 작성해 면담 시 참고하였다. 자료 수집은 참여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참여자의 집이나 근처의 조용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면담에 소요된 시간은 약 30분에서 90분으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요구되는 경우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1-2회의 추가적인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를 구한 후 녹취되었으며 면담은 최대한 개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면담 도중 연구자의 의견이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자는 최소한의 반응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거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위한 재질문이 이루어졌다. 면담 중 참여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메모나 기타 조작을 위한 시도는 최소화된 대신, 면담 직후 참여자의 반응, 표정, 어조, 느낌 및 특징 등을 메모하고 면담 과정 중 연구자가 느낀 것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하여 현장노트를 작성하였다.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Morse and Field[17]가 제시한 질적 내용분석 방법에 의해 분석되었다. 먼저 면담을 통해 얻어진 녹취자료를 면담 후 빠른 시일 내에 주의 깊게 들으며 그대로 전사하고 반복하여 듣고 읽으며 연구주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여 코드화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코드들은 다시 반복적으로 검토된 후 공통적인 특성에 따라 하위범주로 묶였으며 다시 한번 하위범주 간의 관계 및 특성을 고려하여 더 추상적이고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상위범주로 구분되었다. 이러한 반복된 범주화 과정은 메모와 함께 지속적으로 표로 작성되었으며 질적 연구방법에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1인과 간호학 박사 1인이 함께 수차례 반복하여 검토하였다.

연구 결과

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의 참여자는 남녀 각각 4명을 포함한 총 8명의 청소년 암 생존자들로 백혈병, 골육종 및 악성 림프종으로 진단받고 치료가 종료된 후 소아혈액종양내과 외래를 통해 정기적인 추후 관리를 받고 있었다. 면담 당시 나이는 평균 18.5세, 진단 시 연령은 평균 13.8세였으며 치료기간은 평균 27.4개월, 진단 후 기간은 평균 54.8개월, 치료종결 후 면담시점까지의 기간은 평균 27.4개월이었다. 대상자들은 모두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경우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 방사선치료 및 수술요법이 동반되었다.

청소년 암 생존자의 적응 과정

1) 진단 이후 치료 중 적응 과정: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적응 과정은 총 35개의 코드, 15개의 하위범주를 거쳐 “삶에서 튕겨 나옴”, “불편한 중심에 섬”, “대열에서 낙오됨”, “변화를 받아들임”, “성장함”의 5가지 범주로 나뉘었다(Table 1).
(1) 삶에서 튕겨져 나옴: 이 범주는 참여자들이 겪은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 경험을 나타냈다. 암 진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했으며 대상자들은 급작스럽게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낯설고 두려운 환경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이들은 고통스럽고 힘든 치료를 받게 되었다. 생사가 걸린 치료가 지속되고 같이 지내던 환아들의 사망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이들은 이전에는 자신과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과도 대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절망에 빠져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했어요. 제 처지에 대해서 절망감만 가득 차 있는 그런 상태였어요 . 하도 답답해서 이런 소리도 했어요 . 나는 뭔가 다 잃은 것 같다 …… 이제는 틀렸다 ……. 진짜 막 1년 병실에 그냥 누워 있으면, 약간 바보가 되는 느낌이랄까? 뭐 아무것도 안 남아요.”
(2) 불편한 중심에 섬: 이 범주는 변화된 환경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참여자들이 느낀 불편한 상황과 관심의 집중을 나타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함께 지내는 환아 및 그 가족들이 서로 예민해지면서 다투고 상처 주는 일이 생겼다. 의료진의 권위적 태도 또한 불편한 감정의 원인이 되었다. 고생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변에서는 암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삶이 끝난 것처럼 대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병원에 있으면서 가끔 부모님 다투시고 그럴 때 괜히 내 탓 같기도 하고 ……. 동생도 한창 관심이나 보살핌이 필요했었던 때에 모든 가족들 관심이 저한테만 쏠려있으니까 좀 …… 그때 동생이 소외당하는 것처럼 보여서 미안하기도 했어요.”
(3) 대열에서 낙오됨: 이 범주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상황에서 참여자들이 느낀 불안감을 나타냈다.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처음에는 참여자들을 기억하고 찾아주던 친구들과의 연락이 뜸해지거나, 적당한 연락수단이 없어지거나, 혹은 스스로 느낀 거리감 때문에 먼저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 부족이나 건강상의 문제, 혼자 학업을 지속해 나가기 어려운 점 등 때문에 결국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앞서 나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혼자 멈춰 선 채 바라보는 것은 참여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플 때 친구들이랑 연락하는 게 조금 더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 쟤네는 저 나이에 맞춰서 가는데 나는 뒤처지는구나 ……. 그것 때문에 조급해져서 나는 검정고시를 준비해야지, 쟤네랑 같이 대학을 가야지…….”
(4) 변화를 받아들임: 이 범주는 참여자들이 달라진 환경과 상황에 익숙해지고 받아들이며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를 나타냈다. 참여자들은 예전에는 만날 일이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미처 몰랐던 색다른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전의 삶이 충분히 힘들어 종종 “죽어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암에 걸렸다고 하니 무덤덤하거나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들에게 경쟁에 시달리던 힘든 학교 환경을 벗어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또한, 병원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으며 의료진이나 다른 환아들을 돕기도 했다.
“제가 이때까지 만나보지 못한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 학교에선 이런 상황보다는 서로 경쟁적이니까요. 병원에서는 그냥 서로 힘을 주고, 목숨 가지고 경쟁할 일 없이 다들 건강하고 잘 살면 되니까요. 항암치료 받으면서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더 컸어요.”
(5) 성장함: 이 범주는 변화를 계기로 이전의 삶을 통해서는 어쩌면 획득하지 못했을 특별한 변화를 겪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현 상황을 벗어날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거나 자신만의 느낌에 따라 치료방향 등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 참여자는 아픈 모습을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이대로 순탄하게 나아서 나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거나,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받아들이기로 다짐하고 상황을 바라보며 마음을 단련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이 참여자들을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끼게 하였다. 이들은 자신만의 교훈을 얻거나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은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였다.
“좋게 변했어요 . 정신적인 부분으로 제가 일단 달라졌고, 치료받고 나니까 가족들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 (치료받는 동안)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게 도움이 됐어요 . 저한테 잘해주시니까, 대화도 먼저 걸어주시고 ……. 그래서 제가 닫혀있던 문이 좀 열린 것 같아요.”
2) 치료종결 후 적응 과정: 치료를 마치고 이전의 생활로 돌아온 참여자들의 적응 과정은 총 42개의 코드, 15개의 하위범주를 거쳐 “족쇄가 생김”, “잊고 있던 현실과 마주함”, “현실을 딛고 일어섬”, “어른이 되어감”, “새로운 궤도로 들어섬”의 5가지 범주로 나누어졌다(Table 2).
(1) 족쇄가 생김: 이 범주는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참여자들이 마주한 새로운 어려움을 나타냈다. 이전의 생활로 돌아왔지만 암 질환과 그 치료로 인해 드리워진 그림자는 족쇄처럼 참여자들을 얽매어왔다. 무엇보다 예전만큼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수술 또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감염 가능성 또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불확실함 때문에 혼자 두려움과 싸우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여러 심리 사회적 제약을 불러왔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차갑게 느껴졌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거나 편견을 가지기도 하고 놀리거나 험담을 하기도 했다. 결국, 병원을 나왔지만 여전히 울타리 안에 갇힌 듯한 삶이 이어지며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어났다. 참여자들은 타인들 앞에 나서는 것을 겁내고 움츠러들거나 또래 친구들을 바라보며 자괴감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은 아픈 사람이므로 그냥 부모님에게 기대어 안주한 채 살고 싶다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보듬으며 지내던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나약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병원을 나오고 나서 저는 사람들이 이런 아픔들을 그냥 걱정스럽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줄 알았어요. 그랬는데 제가 바라보는 것만큼 세상이 너그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로 ‘쟤가 나중에 잘 살 수 있을까? 사회생활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는 말들이 상처가 커요. 그래서 일부러 아프다는 얘기 안 해요.”
(2) 잊고 있던 현실과 마주함: 이 범주는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참여자들에게 닥친 또 다른 어려움을 나타냈다. 한 참여자는 치료를 끝내고 돌아온 상황을 “현실의 직격타를 맞았다”라고 묘사했다. 암 진단은 이들 중 일부에게는 오히려 쳇바퀴 돌 듯 재미없고 힘겨운 삶으로부터 도피하는 기회가 되었지만, 이제는 다시 현실과 마주할 시기였다. 생존의 문제에 밀려 잊혀 있던 예전의 삶과 다시 마주한 참여자들은 그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졌으며 일상생활에 적응기도 쉽지 않아 생활패턴도 엉망이 되었다. 서로를 이해하며 가깝게 지내던 다른 환자들이나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도 각자 서로의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누구나 생존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살던 병원에서와 달리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는 남들보다 뒤떨어져 있었다. 학업에서 뒤처지거나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도 좁아지면서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자신을 불리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만 끝나면 모든 것 같았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또 다른 절망으로 다가왔다.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병원에서는 그래도 식사시간에 밥도 나오고 밤에는 불 꺼지니까 다 자고 그랬는데, 집에 오니까 식구들 다 나가고 나면 혼자 있어야 하고,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밥도 한 두 끼밖에 못 먹고…….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뭔가 자기 관리하기가 힘들었어요.”
(3) 현실을 딛고 일어섬: 이 범주는 암 진단 및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내면서 내면의 힘을 갖춘 참여자들이 새롭게 마주한 도전에 대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죽음의 위기를 이기고 힘든 치료를 견뎌냈다는 사실은 참여자들에게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예전에는 쉽게 포기했을 일을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인내심도 생겼다. 참여자들은 더 이상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암을 진단받았던 경험들은 이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 치료를 마친 후에도 병원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다른 환아들을 도우면서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자신의 과거 경험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해졌다. 암 진단과 치료 과정이 자아 성찰의 기회가 되었고 남들은 누릴 수 없는 것을 더 누릴 수 있었으며 나중에 자신이 잘 됐을 때 얘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등 과거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러한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한 후 다시 도전하며 맞섰다.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에 가보거나 더 이상 나태하게 살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으며 부정적인 외부의 시선에 상처받기보다는 그 인식을 바꾸고자 자신을 더 드러내기도 하였다.
“발병하고 치료 끝나고 나서 얻은 게 있다면 가장 힘들 때 혼자서 이겨낼 힘이요. 인내와 근성 같은 게 좋아졌어요.”
(4) 어른이 되어감: 이 범주는 암 진단 후 완치자로서 살아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 참여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동시에 또래들이 겪지 않을 힘든 일을 겪어서인지 성숙한 것을 넘어 조숙한 면까지 보였다. 이전에는 건강에 관심이 없었고 더 나아가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일부러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서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 또한 변했다. 나아가 발달단계 상 아직 미숙한 사회성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방법을 잘 몰랐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타인의 고통을 남 일처럼 바라봤던 이전과 달리 공감하고 안쓰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거기서 이모들이랑도 친해지는 법을 배웠고, 이렇게 어른들이랑도 대화하는 법을 배웠고 ……. 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랑 놀아야 할 시기에 어른들이랑도 막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좋은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생각해요. 성격도, 예전에도 좋긴 했는데 더 좋아졌어요.”
(5) 새로운 궤도로 들어섬: 이 범주는 혼란스러웠던 이행기를 지나 완치자로서의 삶에 서서히 정착해가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무사히 치료를 마친 것이 이들로 하여금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얻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쳇바퀴 돌 듯 의미 없이 사는 삶이 힘겹던 참여자들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은 경험을 전환점으로 삼아 자기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공부만을 강조하던 부모님의 인식 또한 변해서 이러한 참여자들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사람이 된 기분으로 이들은 자신만의 삶을 새롭게 설계해나갔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충분한 시간과 경험 속에서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얻은 삶이다 보니 모든 것이 다 욕심이 났다. 참여자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들은 모두 언제든 사람은 죽을 수 있으며 그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되었다. 느닷없는 암 진단은 이들을 이전의 무기력한 삶에서 갑작스럽게 튕겨 나오게 만들었고 이제는 새로운 자신만의 궤도를 찾아가게 한 것이다.
“하는 것 하나하나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모든 게 아쉬워서 쉽게 지나가고 싶지 않아요.”

청소년 암 생존자의 사회적 지지망

연구 참여자들은 발병 후 및 현재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지지를 제공하는 사람들로 가족, 친척, 친구, 다른 환아 및 가족, 의료진, 온라인 커뮤니티, 선생님, 공공기관, 동호회/종교를 제시했다. 이들은 치료 중은 물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참여자들에게 중요한 지지망이 되어 영향을 미쳤다. 먼저 가족/친척은 참여자들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무엇이든 지원하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챙겨주는 ‘안전한 둥지’이자 마음의 의지가 되는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치료를 마친 후에도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며 새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가이드’였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고 지속시켜주는 ‘연결망’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어머니가 매일 24 시간, 일도 다 그만두시고 치료 끝날 때까지 붙어 계시면서 말동무도 되어주시고, 친구도 되어주셨어요. 어머니 덕에 무사히 치료를 끝마친 것 같아요.”
친구들은 참여자들을 잊지 않고 찾아오거나 기억해주었다. 남들과 다르게 보일까 봐 걱정하는 대상자들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었으며, 친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여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당당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가 되었다. 치료기간은 물론 치료를 마친 후에도 참여자들을 걱정하고 배려해주며 예민한 부분을 보듬는 ‘수호천사’가 되어주었으며 사회로부터 역격리 되어있는 상황에서 바깥 생활을 대신 경험하고 전해주거나 학업을 도와주는 ‘울타리 밖 조력자’의 역할도 해주었다.
“(치료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아팠던 애로 인식도 안 하고 그냥 똑같이, 보통이랑 똑같이 대해주는 게 고마운 것 같아요. 아팠던 애니까 특별히 뭐 이렇게 해야 하고 그러는 것도 없고 그냥 모두 똑같이 대해줘서 고마웠어요.”
병원에서 만난 다른 환아 및 그 가족들은 처음 경험하는 낯선 병원 생활에 어려워하는 참여자와 그 가족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해주고 롤모델이 되어주며 일종의 ‘튜토리얼’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은 힘든 투병생활에 용기와 활력을 주었고, 같은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이해하며 도움이 될 음식을 제공해주기도 하였다. 치료를 마친 후에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한 참여자들에게 정보를 나누어주거나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공감해주기도 하였으며 무엇보다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따뜻한 ‘온실’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은 참여자들에게 지난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고난 속의 소득’이기도 했다.
“아팠던 걸 잊어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병원에서 만난) 그 친구들로 인해서 그때 기억도 좀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고 그러면 내가 사람들이랑 잘 지냈구나 싶기도 하고 제 지난 치료 기간에 대해 더 당당하고 뿌듯하게 만들어줘요. 내 지난 시간들을 필요 없는 시간이 아니게 만들어준달까? 내가 잘한 거구나, 그런 확신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의료진 또한 이들이 병원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주었으며 환자가 아닌 나 자체를 챙겨주고 힘든 치료를 함께 견뎌주는 ‘상냥한 옹호자’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은 미래의 직업을 한창 탐색하는 시기의 참여자들에게 롤모델이 되기도 했으며 성인이자 전문가인 의료진과 친밀해지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아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우상’이기도 했다.
“아플 때는 진짜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꼭 여기로 돌아와서 나도 아픈 애들 돌봐주고 그래야지,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학교의 교사 또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공기관과 연결해주거나 학교생활에 재적응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제가 다시 온 거 보고 다들 엄청 반가워해주셨어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나아서 왔냐고……. 정말 잘 왔다고, 잘 생각했다고 하시면서 너라면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겨주시고 ……. 또 제가 그동안 배우지 못한 부분은 따로 가서 배울 수 있게도 해주셨어요.”
일부 참여자들은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적 지지제공원들 외에도 공공기관, 온라인 커뮤니티, 동호회 및 종교집단을 의미 있게 여기기도 했다. 공공기관은 금전적 도움을 주거나 사회적 연줄이 되어주고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았다. 신체적 및 심리사회적 문제로 외부와 떨어져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참여자들에게는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고 다양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해우소’와 같은 역할을 했다. 동호회나 종교집단 등도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서 삶의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논 의

본 연구는 청소년기에 암을 진단받은 참여자들이 암 진단 후 치료과정을 거쳐 완치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적응 과정 및 그 안에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회적 지지망의 구성과 역할을 청소년 암 생존자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위해 이루어진 질적 서술적 탐색 연구였다.
본 연구 결과 청소년 암환자들은 암을 진단받은 후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자기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당황스러워했다. 동시에 본 연구에서는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암 질환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청소년들이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도전에 대해 묘사했다. 이처럼 본 연구에서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은 두 차례 이상의 이행기를 아직 미성숙한 심리사회 적발달상태 및 대처방식만을 활용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행(transition)은 만성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 관련 연구에서 여러 번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져 왔다. 특히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은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의 애매한 단계에 놓여 여러 가지 이행 과제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으므로 건강관리시스템 내에서도 이들의 독특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주장되었다[18,19]. 나아가 Wilkins, D’Agostino[19] 등은 이러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청소년 암환자들의 이행은 환자와 가족, 다양한 건강관리 제공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권장사항들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암 진단과 암 치료 종료 두 사건 모두 참여자들에게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참여자가 암 진단 이후 환자로서의 삶보다 암 치료 종료 후 생존자로서의 삶을 더 어렵고 힘든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경우 암 진단 직후에는 비록 혼란스럽고 절망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지지 속에 변화에 적응하며 청소년기의 힘든 일상을 벗어나 누리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오히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반면에 치료 종료 후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대적 지지기반 및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당황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Fern, Taylor[18] 등의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이들은 청소년들이 치료 결과에 따른 신체적 변화나 건강문제, 또는 취업의 어려움 등 건강과 관련되지 않으나 암으로 인해 발생한 간접적인 문제들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들은 암 진단 이전에 이미 탄탄한 사회적 지지망이 형성되어 있었고 치료과정 중에도 이러한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또다시 급작스럽게 변화된 상황에서도 되찾은 자유를 만끽하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 새로운 자아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똑같이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이라고 할지라도 암 진단 이전의 삶 및 치료과정 중의 긍정적 경험 등이 치료 이후까지 어떻게 통합적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Castellano-Tejedor, Perez-Campdepadros[20] 등과 Zebrack and Isaacson[10] 또한 이러한 차이를 지적하며 청소년 암환아들의 독특한 발달상 특성, 다양한 개인별 차이 및 역동적 경험을 고려한 개인별 요구의 깊이 있는 사정과 치료 종료 후의 삶을 준비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중재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제안점들은 본 연구를 기반으로 한 추후 연구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 암 생존자들은 치료 중 및 치료를 종료한 후에 자신들에게 영향을 준 사회적 지지망으로 기존에 흔히 알려진 대표적인 경우(예: 가족, 친지, 친구, 교사, 의료진 등) 외에도 다양한 지지 제공원들(예: 다른 환아 및 그 가족, 공공기관, 온라인 커뮤니티, 동호회/종교집단)에 대해 보고했다. 이러한 지지 제공원들과의 관계 및 다양한 상호작용은 참여자들의 적응 경험 속에서 여러 번 중요하게 묘사되곤 했다. 이 결과는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중재 프로그램 개발 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잠재적 자원이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다른 환아 및 그 가족들이 적절한 시기에 참여자들에게 지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도움을 받음으로써 위축되어 있는 참여자들이 아직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유능감과 만족감을 선사하는 중요한 지지 제공원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에게 단순한 환자 그 이상의 존재로 인식되고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형성한 경험 또한 이들의 적응 과정 중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이러한 결과는 Jacobsen, Emed[21]의 연구에서 의료진들에게 “알려짐(Being known)”이 청소년 및 초기 성인기 암환자들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연결되어 있다는 만족감이나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제공한다고 보고된 것과도 일치하며 Fern, Taylor[18]의 연구에서 다른 암환아들과의 관계가 청소년 암환자들을 위한 연령 맞춤형 케어의 주된 요소라고 보고된 것과도 일치한다. 나아가 온라인 연결망, 공공 서비스 등 깊고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지지를 주는 대상의 존재는 Rogers[22] 등의 연구에서 보고된 “약한 유대(Weak ties)”, 즉 강한 유대관계가 아닌 단편적이고 짧으며 깊은 신뢰나 연결이 없는 관계 속에서 제공되는 지지가 청소년 암 관련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추후 연구에서는 건강관리 시스템 및 암환아/암 생존자라는 배경 하에 이들 사이에 형성되는 역동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단순히 지지를 제공받는 대상으로서만 여겨지던 청소년 암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고 역할을 탐색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시간 속에서 그 경험이 자신의 삶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 또한 이들의 적응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의미는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여러 어려운 환경에 놓인 다양한 연령군에서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다루어져 왔다. 의미요법의 창시자 Frankl[23]은 인간은 누구나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추구할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에게도 적용되어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암 관련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가 치료 후 긍정적인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는 Choquette, Rennick[9], Haase[24], Woodgate, West[13] 등의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된 바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도 이러한 Frankl의 이론을 통해 청소년기 및 청년기 암환자들에게 의미요법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연구가 시행되었으며 그들의 삶의 의미 및 삶의 질에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25-27]. 추후 연구에서는 무엇이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추구할 의지를 이끌어내는지, 또한 의미 외의 어떠한 요소들이 이들의 긍정적인 성장을 유도해내는지 추가로 확인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임상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결과 청소년 암환자 관련 연구에 있어서 개인의 발달단계 및 사건 이전의 삶과 사회문화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이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배경적 맥락은 이들이 암 진단이나 그 이후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암 진단 이전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유능하게 평가했던 참여자의 경우 암 진단 이후 잃은 것이 많고 자신의 삶은 망가지고 멈춰 서버렸다고 생각해 절망했던 반면, 암 진단 이전 학교나 사회에서 고립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참여자들의 경우 오히려 무덤덤하거나 달라진 상황에 쉽게 적응하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나아가 늘 학업과 경쟁 속에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시간 없이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현실 또한 이들의 암 진단 후 경험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참여자들은 치료를 받는 동안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편안하게 느꼈으며 학업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과 어울릴 이 기회를 즐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청소년 암환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애주기 및 발달단계의 영향을 고려해야 함은 Docherty, Kayle[28] 등의 연구에서도 강조되었다. 이들은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이 가진 개인의 특성과 암 진단 후 생애주기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보호/위험요인들의 발생 타이밍 및 순서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다양한 삶의 경로를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청소년 암환자들의 긍정적 성장 및 적응을 도모하는 양질의 케어의 기반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본 연구는 후향적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회상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해석이 그 당시 실제 느꼈던 것과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이러한 한계로 인해 이들이 치료과정 도중의 경험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발생한 치료 후의 경험을 더욱 어렵게 묘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모두 1개 병원에서 수년 내에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유사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왔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추후 연구에서는 모집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자가 이들이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근무했으며 일부 참여자들의 경우 의료진과 대상자로서의 관계를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 또한 라포 형성 및 깊이 있는 면담에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 동시에 이들의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적은 샘플 수 또한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결과가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이 시간이 가며 점차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적용된 연구방법 상 그러한 변화를 단계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러한 제한점들은 추후 새로운 연구를 설계 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를 통해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이 진단 직후 및 치료가 종료된 후 겪는 어려움과 다시 새롭게 적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 및 변화된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로 구성된 새로운 사회적 지지망을 구축했으며 그들과의 관계 및 상호작용이 청소년들의 적응 경험 속에서 중요하게 묘사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암을 진단받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이들의 암 진단 이후 완치자로서의 삶에 이르기까지 심리사회적 적응을 도모하는 간호중재 개발의 기초적인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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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Adaptation Experience during Cancer Treatment
Category Subcategory Code
Being catapulted from one’s life Being struck by a heavy wave Being placed suddenly in an unfamiliar environment
Receiving a tough treatment
Being faced with death Facing other patients’death
Receiving life-or-death treatment continuously
Falling into despair Being frustrated
Feeling powerless
Feeling resentment
Standing at the center of discomfort Being placed among conflicts Struggling with families
Struggling with other patients and their families
Struggling with healthcare providers
Being ill at ease Feeling families’pain due to oneself
Feeling a negative bias from others
Feeling uncomfortable Feeling guilty
Feeling sorry
Falling behind the line Falling into a remote place Being alienated from friends
Feeling bad
Being left alone Being left behind than peers
Feeling impatience
Accepting the change Experiencing something different Meeting various people
Experiencing something they have never experienced before
Enjoying the altered situation Not thinking seriously about the illness
Feeling novelty
Finding a new role Finding something one can do at the hospital
Helping other patients
Being developed Planning escape Trying to find an escape
Trying to participate in decision making
Making own stress management strategies
Revealing oneself openly
Refining one’s mind Having faith
Accepting things one cannot avoid
Thinking practically
Finding enlightenment Learning life lessons
Being able to understand others
Discovering one’s value Becoming a helpful being to other patients
Becoming a helpful being to healthcare providers
Table 2.
Adaptation Experience after Cancer Treatment
Category Subcategory Code
Being shackled Being different than others Being physically weakened
Having (visible) physical problems
Experiencing others’negative perception
Being enclosed by a fence Limited opportunity to get along with others
Limited capacity or career choice
Being isolated from other people
Being dependent on multimedia
Continuing uncertainty Fear of infection
Fear of relapse
Being intimidated Having a sense of shame
Being traumatized
Feeling left out
Becoming weak Wanting to settle for the present
Being immature
Wanting to be consoled
Encountering the forgotten reality Being placed in a position to stand alone Feeling difficulty adjusting to daily life
Turning back to a hard life
Growing apart from close people who one meets in the hospital
Being behind the others Falling behind in one’s study
Having social disadvantages
Being devastated Feeling lost
Complaining of one’s ill destiny
Overcoming and emerging from the reality Gathering strengths for overcoming difficulties Getting confidence
Becoming more patient
Becoming bold
Using the past as a stepping-stone for growth Maintaining relationships with the hospital
Making meaning in one’s life experiences
Having other patients as a role model
Fighting against the reality Look at one’s problem straightforwardly
Challenging again
Trying to change other’s negative perception
Revealing one’s self honestly
Growing into adulthood Becoming more mature than same-age peers Being premature
Not being afraid of death
Taking care of one’s health
Getting along well with others Feeling altruistic
Empathizing with others
Being more sociable
Entering into a new orbit Beginning again Obtaining a new life
Making a turning point of one’s life
Designing one’s own life Searching for what one really wants to do
Finding one’s own way and future
Editorial Office
Department of Nursing, Catholic Kwandong University, Gangneung, Republic of Korea
Tel: +82-33-649-7614   Fax: +82-33-649-7620, E-mail: agneskim@c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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