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연구의 필요성
지난 수 세기 동안 혁신적인 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아암 환자의 생존율은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미국의 경우 소아암 5년 생존율은 80%를 넘어섰으며(Howlader et al., 2012),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8년도 국가암등록사업의 결과에 따르면 74%에 육박하고 있다(Ministry for Health, Welfare and Family Affairs, 2010). 하지만 소아암 완치율이 100%가 아닌 한, 암 생존의 이면에는 사망 또한 존재하게 되어 환자에서 생존자로 이행하는 과정 중에 소아암 환자는 종종 동료의 죽음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소아암 환자는 특히 청소년기에 비슷한 관심사와 가치 체계를 공유한 다른 환자와 깊은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Keene, Hobbie, & Ruccione, 2000), 비단 또래의 소아암 환자뿐만 아니라 나이가 어린 암 환자하고도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함께 치료받으며 알고 지내던 암 환우(cancer peers)가 재발을 경험하면서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투병 끝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질병과정 동안 종종 알게 되는 일인데, 이때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사소한 본인의 신체 증상에도 예민해질 뿐만 아니라 암 재발의 가능성 및 건강 악화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Kelly, Pearce, & Mulhall, 2004).
국내에서 암 환우의 죽음이 소아암 생존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사별이나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암 환자의 슬픔을 다룬 연구는 학위 논문 몇 편을 비롯하여 소수에 불과하다(Kim, Lee, & Oh, 2001; Park et al., 2006). 이들 연구는 주로 한창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암 투병과 관련된 신체적 고통, 암 환자로서 갑자기 부질없어진 자신의 인생에 대한 한탄, 예측하기 힘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 그리고 가족 내 역할 수행 제한 및 관계의 변화로 인한 부정적 감정 등을 위주로 슬픔을 보고하였다.
국외 연구로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옆 침상 환우의 죽음을 목격한 말기 암 환자의 불안과 우울을 측정하는 양적 연구(Honeybun, Johnston, & Tookman, 1992; Payne, Hillier, Langley-Evans, & Roberts, 1996)가 소수 이루어졌으며, 건강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친구 사별로 주제의 범위를 넓히면 1990년대 초반에 주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McNeil, Silliman, & Swihart, 1991; O’ Brien, Goodenow, & Espin, 1991; Park & Cohen, 1993; Schachter, 1991), 백인 위주의 결과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슬픔의 양상을 결정하는 사별의 원인이 암과 같은 만성 질환이 아닌 갑작스러운 사고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암이라는 질병 맥락에서는 Isaksen과 Gjengedal (2000)의 근거이론 연구에서 함께 투병했던 다른 암 환우의 건강 유지 여부 즉, 생존 및 죽음에 대해 공공연히 드러나던 숨겨지던 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디스트레스와 슬픔이 언급되었다.
제한적이지만 위의 연구 결과들에서는 사별 경험 후 생존자 본인의 건강에 대한 우려, 그리고 주위의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사회적 맥락에서 상실 이후 초래된 관계의 질 변화, 그리고 걱정이나 심적 스트레스가 슬픔의 속성으로 보고되었다. 본 연구의 대상인 같은 질병을 앓았던 친구를 잃는 경험을 하는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경우도 이미 질병과정을 통해 이러한 슬픔의 속성을 내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더욱이 발달단계상 추상적 사고가 발달되는 시기에 처한 청소년기의 소아암 생존자가 자아정체감을 형성해가며 장기 암 생존자로 심리적 적응을 도모해 나가는 데 있어서 사별로 인한 슬픔 경험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받아들이게끔 영향 미칠 수 있다. 이는 발달단계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격동의 시기인데다 성취할 과업도 많은 청소년기에 가중된 스트레스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Son, 200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암 치료, 생존 유지 및 재발 관리, 그리고 이어지는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얽힌 복잡한 사회 환경의 다양한 상황적, 관계적 맥락 속에서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암 환우와의 사별 경험이 매개된 슬픔을 탐색해보고자 시도되었다. 특히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은 소아암 환자의 사별 경험 및 슬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임상이나 지역사회 내 소아암 생존자의 심리사회적 간호중재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목적
본 연구는 함께 치료를 받았던 암 환우의 죽음이라는 간헐적이지만 소아암 질병과정 중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노출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사별과 관련된 슬픔을 탐색하기 위해 시도되었으며 구체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암 환우의 죽음을 경험하는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사회적 관계 맥락을 상황분석을 통해 파악한다.
둘째, 위에서 파악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슬픔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탐색한다.
용어 정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 미국 국립 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 NCI)에서는 암 진단의 시기에서부터 남은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전체 기간 중 어느 한 시기에 처한 개인을 통칭해서 생존자(survivor)라 정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존자의 범주에 가족, 친구, 간호하는 사람들까지도 포함시키는 것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NCI, 2004). 본 연구에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소아암으로 진단받은 후 아직 생을 마감하지 않았으며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 또는 치료를 모두 종료한 완치자로서 현재 청소년기 발달 연령에 처한 개인을 지칭한다. 소아암 환아나 완치자가 아닌 생존자로 선택, 사용한 이유는 질병에 준하여 인간을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는 연구자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본 연구의 주요 현상인 암 환우와 사별하는 것 자체가 암 진단 때부터 시작되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연구 방법
연구 설계
본 연구는 Charmaz (2006)의 구성주의적 근거이론방법론에 의거한 질적 연구이다. Charmaz의 근거이론은 지엽적, 담론적 세계, 고정적이지 않은 여러 개의 진실, 특정 세계와 관점, 인간 행동의 관계적 복잡성을 강조하는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을 지향한다. Strauss와 Corbin (1990, 1998)의 근거이론보다는 자료 분석 방법에 있어서 보다 유연한 지침을 가지며, 연구자의 상호보완적이고도 해석적인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 그러한 행동들로 얽힌 상호작용을 사회적 수준간의 맥락에서 보고자하는 본 연구의 상황분석에 부합한다고 판단되었다.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의 일 대학병원의 암센터에 등록되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만 13세에서 만 18세 사이의 청소년으로서 소아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계획된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는 모두 끝내고 지속적 추후 관리 중에 있는 생존자 12명으로 구성되었다. 소아암 진단 및 치료 시작과 관련된 심리적 스트레스, 그리고 암 환우와 관계 맺을 수 있는 입원 경험을 고려하여 최소한 소아암 진단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청소년, 그리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 기간이 5년 미만이어서 소아암 생존자로서의 정체성이 아직 남아있는 청소년으로 한정하였다. 남자는 9명, 여자는 3명이었고, 10명은 치료가 종료된 상태의, 2명은 아직 치료 중에 있는 청소년이었다. 소아암 종류는 혈액암에서 고형 종양까지 다양하였고, 암 재발은 5명이 경험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누적 기간으로 최소 1달 이상 입원한 경험이 있었으며, 최소 한 번 이상 병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소아암 환자 자조그룹 모임에 참석했거나 현재 참여 중이었다(Table 1).
Table 1.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여 동안 진행되었다. 자료는 면담, 참여관찰, 기타 웹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병동 및 암센터 외래에 연구 참여자 모집공고문을 게시하였으며 주치의와 암센터 코디네이터 간호사의 협조로 외래에 추후관리를 받고자 내원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를 접촉하여 연구에 대해 연구자가 직접 설명하였다. 부모가 동의하였으며 청소년 생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 의지를 보인 경우에 한하여 최종 연구 참여자로 확정하였다.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청소년인 연구 참여자와 일대일 면담, 전화 면담이나 인터넷 채팅, 그리고 참여관찰을 통해 수집하였으며,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갖고 있는 참여자의 경우에는 공개되어 접근할 수 있는 자료에 한해 글로 쓴 자료 또한 추가로 수집하였다. 먼저 일차 면담으로서 모든 참여자와 60분에서 90분 정도 일대일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미리 작성된 면담가이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친구가 죽은 걸 알게 된 날, 그 때의 상황을 기억해보자.”, “친구의 사망과 관련된 이야기나 생각나는 사건이 있으면 말해줄래?”, “암으로 죽은 친구들 때문에 마음이 쓰였던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억해보자. 도움이 되었던 혹은 힘들게 만들었던 당시 상황이나 가족이나 친구 같은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말해 주겠니?”와 같은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여, 청소년 참여자의 응답에 따라 관련 주제나, 사람, 사건, 은유나 의미 있는 개념에 대하여 각각 구체화시키기 위한 반 구조화된 질문을 추가하였다. 일대일 면담 이후 추가 면담을 거절한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와는 이차 면담으로 전화 통화나 인터넷 메신저 대화를 추가 실시하였는데, 얼굴을 마주한 면담에서보다 마음속 이야기들을 더욱 많이 털어놓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여관찰은 모임 전체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어 병원에서 매월 열리고 있는 청소년 소아암 환자 자조모임에 연구자가 직접 두 차례 참석하여 시행하였다. 참여자 간의 일상 대화 및 행동 양상을 위주로 관찰하였고, 한 세션에서는 완치자인 모임 코디네이터의 협조로 근래에 사망한 암 환우와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음이나 죽어감에 대한 이야기가 유도되도록 하였다. 인터넷 상의 텍스트 자료는 당시 유행하였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공개된 게시물상에 드러난 참여자의 감정, 생각 등에 관하여 주로 면담을 시작할 때 화두로써 이용하였다. 최종적으로 매 면담과 참여관찰 후에 연구자가 작성한 현장 노트 및 분석 메모도 자료로 최종 통합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자료 분석
근거이론 자료 분석의 원칙에 의거하여 모든 자료는 수집되는 동시에 분석하였으며, 반복되는 수집과 분석의 과정에서 출현한 개념들은 이전에 나온 개념들과 지속적으로 비교, 대조해가면서 차이점과 유사점을 찾아내고자 노력하였다. 구체적으로 분석 절차에 대해 언급하면, 우선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여 준비한 녹취록은 전체읽기 그리고 이후 부분 읽기의 원칙에 따라 검토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가 서술하는 세부적인 상황, 집합체로서의 의미들, 개별 참여자 특유의 관점에 입각한 해석, 그리고 참여자들의 행동 및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 어우러진 과정에 주목하여 자료를 분석 하였다. 특히 상황적 구조 및 맥락이 어떻게 참여자의 행동이나 진술을 지지, 유지, 방해, 혹은 변화시켰는지 주목하였다. 주 분석으로 Charmaz (2006)가 제시한 세 단계에 걸친 코딩 절차를 거쳐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범주화하였다. 일차, 즉 개방 코딩 단계에서는 수집한 자료를 나누고 조사하여 비교를 시작하였으며, 과정에 초점을 두어 개념화 및 범주화 준비를 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경험에 있어서 문제, 쟁점, 중심이 되는 사건에 주목하였고, 언급한 사건 및 그 안에서 벌어진 행동들을 정의하였다. 이차, 집중 코딩 단계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분석된 코드들을 선별하고 분석하여 통합, 추상화하는 작업을 조직적으로 계속하면서 범주들 간의 관련성 파악에 집중하였다. 삼차, 축 코딩단계에서는 각 범주의 속성 및 차원들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여 타 범주들과의 관련성, 차별성을 명백히 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종적으로 연구 현상을 포괄적이고도 결정적으로 대표하면서 설명적 힘을 지닌 최대의 추상화 단계에 이른 핵심범주를 결정지었다. 이차 면담을 실시할 때는 상위 수준으로 범주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요 부분에 대해서 일차 면담 자료의 분석을 통해 얻어진 개념화 결과인 코드들을 연구 참여자에게 읽어주고 연구자의 분석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석 메모는 연구가 진행되는 내내 분석의 개요, 연구자의 직감 및 해석, 추상화된 개념인 코드와 범주의 정의, 차원, 속성, 조건, 결과, 그리고 각 연결 과정에 얽힌 세부 사항을 비교, 마지막으로 방법론적, 이론적 쟁점 등을 문헌적 근거를 보충하여 서술하였다. 코딩 작업과 동시에 시작된 보완적인 분석 방법으로서 Clarke (2005)의 상황분석(Situational analysis)과 다이아그래밍(Diagramming)을 실시하였는데, 상황분석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다음과 같으며, 본격적인 적용의 예는 연구 결과에 제시하였다.
상황분석
Clarke (2005)이 근거이론방법의 발전을 위한 분석의 일환으로 처음 소개한 상황분석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Foucault (1965, 1975)의 담론, 그리고 Haraway (1991)의 상황적 지식의 개념을 근간으로 하여 Strauss와 Corbin (1990)의 매트릭스 모형과 같은 도식화를 확장한 형태라 말할 수 있다(Clarke, 2009). 이 분석은 연구자로 하여금 연구 현상 내 산재된 상황들에 보다 더 깊이 있게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자료 분석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상황분석은 연구 설계 초기에서부터 연구 중반 추가 자료 수집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또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방대해지는 자료를 다루면서 연구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황 속 구성 요소들을 정리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주요 분석의 결과로서 얻어진 코드에 연구자가 더욱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료수집 경험을 반추하며 분석 메모를 쓸 때도 상황분석이 부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상황분석은 Clarke (2005)이 제시하는 세 가지 방식의 지도그리기(mapping)의 과정에 근거하여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상황적 지도(Situational maps)
연구 현상 속 상황과 관련되거나 그러한 상황을 구성하는 사람 요소, 사람이 아닌 사물 요소, 그리고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대두되는 기타 제반 요소를 지면상에 펼쳐 놓음으로써 전체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를 고려한다. 개괄적으로 늘어놓는 초기 버전의 지도와 체계화하여 표로 정리한 버전의 두 가지 수준을 거치게 된다.
연구 참여자 보호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가 속한 대학병원의 임상연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고 진행하였다(IRB 번호: 4-2007-0414). 모든 청소년 참여자의 어머니에게 사전 연락을 통해 동의를 얻은 후 이어서 참여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양측 모두에게 연구 목적과 내용, 진행과정, 연구 참여를 통해 얻는 이득과 불이익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면담 내용의 녹음은 연구 설명을 할 때 강조하였고, 동의서 서명을 받은 후에 시행하였다. 또한 면담이 시작되기 직전에도 다시 한 번 언급하여 주지시켰다. 수집된 모든 자료는 연구 참여자의 정보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도록 비밀리에 보장, 처리될 것이며 연구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음을 밝혔다. 또한 출판되는 연구 결과는 연구 참여자와 공유할 것임을 알렸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묻는 만큼, 연구가 진행되는 어느 시점에서든 중단을 원하면 참여를 거부할 권리가 있음에 대해서도 알려주었고, 심리 상담과 같은 추가 도움을 연계해줄 수 있음을 알렸다. 중도에 그만 둔 연구 참여자는 없었으며, 참여자 모두는 면담 후에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표현하며,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해 연구자에게 감사해하였다.
연구 결과
상황분석의 세 가지 수준의 지도그리기 절차에 따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가 암 환우의 죽음을 경험하며 슬퍼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능한 구성 요소들이 두 가지 버전의 지도에 배치되어 표현되었다. 우선 거친 버전(Messy/working version)의 추상적 상황적 지도는 자료 수집 초기에 코딩과 분석 메모를 통해 연구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연구현상 내 주요 요소를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흩트려 놓았으며(Figure 1A), 뒤이어 정리한 버전(Ordered/working version)을 통해 체계화하였다(Figure 1B). 후자의 정리 버전은 Clarke (2005)이 제시한 기준 틀과 항목에 의거하여 내용을 채웠는데, 순간의 시간성(temporality) 항목의 요소로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가 병동에서 암 환우의 죽음을 접하는 것, 그리고 암 환우와 마지막으로 어울렸던 때의 기억이나 추억 등이 슬퍼함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들로 대두되었다. 또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내면에 숨겨두었던 사실을 밝히거나 드러냄으로써 막연하게 다가오는 암 재발 및 죽음에 대한 심적 두려움과 스트레스 등이 생존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맞부딪침으로써 사별반응으로서의 슬픔에 연루되어 표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사회적 세계/무대 지도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먼저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 개인의 슬픔과 관련된 주변 인물과의 상호작용 구도를 그린 관계 지도(Relational map)를 작성하였다(Figure 2A).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환우가 생존자의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진 않았지만,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내면에서 간헐적으로 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기에 지도상에 표현하였다. 가족 중에서는 오랜 기간 질병과정을 함께 해온 어머니가 중요한 인간 요소(human element)로 파악되었으며, 친구로는 동료 암 환우와 학교에서의 건강한 또래 청소년 친구가 주로 관계를 맺는 인간 요소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으로는 생존하는 다른 암 환우의 어머니가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사별 및 슬픔의 경험에 있어서 갈등 및 대립 구도상에 종종 출현하는 인간 요소였는데, 본인의 자녀를 포함하여 소아암 생존자들의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다른 어머니들과 안 좋은 소식 전달을 막기 위해 연합하는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담당하였다.
관계지도에 이어서 사회적 세계 지도 또한 그려졌는데, 주변 인간요소와 관계하는 가운데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 경험이 일어나는 장소가 파악되었다(Figure 2B). 이 지도에서 나타나듯이 학교는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가 슬픔을 거의 표현하지 않는 곳이자 경험하려하지 않는 곳이었는데, 그 이유로서 참여자는 생존자인 현재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친구와의 세계인 학교에서는 늘 긍정적이고자 노력한다고 하였다. 정작 슬픔을 표출하거나 경험하는 장소는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가 홀로 남겨진 공간이나 상황이었는데, 여자의 경우에는 일기나 편지 쓰기 등 글을 쓰는 행동을 통해 죽음 및 죽어감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였고, 남자의 경우에는 홀로 병원 곳곳을 거닐거나 퇴원 후 길거리를 방황하듯 돌아다니는 동안 떠나보낸 암 환우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대부분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치료받은 병원 내에 사별한 동료 암 환우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공간에 대해 말하였는데, 재입원을 한다거나 외래에 추후 검진을 받으러 올 때마다 예전에 함께 투병했던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였다. 그 외 ‘마음 속’, ‘머릿속’과 같은 생존자 내면의 슬픔의 공간도 종종 언급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의 지도로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 주변의 인간 요소와의 상호작용에 따른 슬픔의 외부 표출 정도에 대한 위치 지도 (Positional map)를 도식화하였다(Figure 3).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슬픈 모습을 들키는 것조차 가족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어머니에게는 자신의 슬픔을 표출하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홀로 생각에 잠겨 내면의 자아와 대화하는 경향이 많았으며 자신의 슬픔을 밖으로, 즉 연구자에게 표현하는 것조차도 역시 한계가 있음을 말하였다. 한편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의 정서적 차원은 타 암 환우의 병세에 대하여 제 때에 전달받지 못했을 때의 화가 남,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지 못해서 느꼈던 소외감, 본인의 건강 악화 및 죽음 가능성과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미래에 본인이 죽게 될 경우 가족이나 친구의 반응에 대한 막연한 걱정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이러한 정서적 슬픔으로 인한 심적 불편을 피하고자 행동적 차원의 슬퍼함의 극복 과정이 이어서 수반되었다. 예를 들면,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일부러 암을 앓고 있지 않은 건강한 학교 친구를 더 자신의 옆에 많이 두고 싶어 하고, 건강한 친구의 무리에서만 어울려 놀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질병, 병세 악화, 재발, 죽음, 고통 등과 같은 ‘어두운’ 이야기는 그러한 건강한 친구가 아닌 살아있는 또래 암 환우와 함께 나누며 자신의 슬픔과 유사하게 타인(암 환우) 또한 느끼는지 확인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였다. 행여 그러한 기회가 결여된 혼자 남겨진 수많은 시간 동안에는 자신의 질병과 관련된 사건들, 현재 힘들게 투병하고 있거나 이미 사망한 암 환우들, 그리고 소아암 생존자로서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간헐적으로 고민하는 양상으로 슬픔을 경험하였다.
논 의
만성질환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질병과정 동안 각각의 시기에 처한 본인 자신에 대한 회고, 질병에 대한 또는 투병과 관련된 정서적 고통 등을 타인에게 밝히거나 털어놓는 것, 그리고 질병으로 인한 각종 손실과 상실에 차차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상황은 항상 개인에게 있어서 내면의 자아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 얽힌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근거이론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들 속 의미들을 분석적으로 정의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근거이론의 분석 방법 중에서 바로 본 연구에서 소개한 상황분석이야말로 바로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 맥락에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의 종류를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이론화함에 있어 연구자의 해석적 능력 함양을 돕는다(Charmaz, 2006).
자료 분석 방법으로서 상황분석의 장점
근거이론 방법론에 입각한 본 연구는 동료 암 환우의 죽음에 연루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이 상황 분석이라는 분석적 보완을 통해 가족 및 친구관계라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 탐색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된 상황분석의 세 단계 지도 그리기의 방법론적 장점을 우선 살펴보면, 첫째, 지도 그리기는 연구 현상에 연루된 모든 정보들을 구체화하고 시각적으로 정리, 배열함으로써 분석단위로서의 다양한 상황과 그 상황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요소를 순차적으로 탐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연구자로 하여금 연구 참여자 개인 내면과의 상호작용 관계인 미시 사회적(micro-social) 수준에서부터 친구 및 가족과의 상호작용 관계인 중간 사회적(meso-social) 수준,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 차원의 거시 사회적(macro-social) 수준의 관점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하였다(본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적 문화 차원의 슬픔 관련 지도 그리기는 지면 관계 상 생략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 상황 지도 내 중간 사회적 차원으로의 접근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주관적 성향이 강한 정서인 슬픔이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질병과정에 전반에 걸쳐 가족(특히 어머니)과 주변 친구와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할 수 있게끔 연구자의 관점의 전환을 이끌었던 점에서 유용했다. 더불어 연구자로 하여금 연구 현상 내 개별 요소를 파악한 후 집합적 요소까지 더 넓게, 또 더 멀리 바라보게 함으로써 주변의 타인들과 어울려 관계하는 맥락 속에서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삶을 보다 유연한 관점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셋째, 슬퍼함의 과정과 관련된 잠재적 요인, 사건, 또는 관계가 포괄적으로 파악됨으로써 연구 진행의 초반기에서부터 이론적 자료수집(theoretical sampling)에 따른 적절한 참여자를 추가 선정하거나 참여관찰의 장소로서 청소년 암 생존자들의 자조집단을 선정하고, 또 면담가이드 내 질문을 수정에 이르기까지 유용하게 참작할 수 있었다. 넷째, 방대한 질적 연구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며 분석하고, 면담 진행에 따라 추가되는 자료를 통합하여 재분석하는 근거이론 방법론 전략의 골자인 지속적 비교 방법 적용에 있어서 반복, 수정되는 지도 그리기는 자칫 연구자가 자료의 양에 압도당한다거나 누락시킬 수 있는 자료를 빠트리지 않게 도와주는 등 연구를 지속적으로 흐름에 따라 진행하고, 또 효율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장점들을 통합해보면 상황분석은 근거이론의 인식론적 기반인 상징적 상호주의(Symbolic interactionism)의 개념에 부합되어 궁극적으로 질적 연구자가 ‘이론-방법 패키지’(theory/methods package)를 보다 더 잘 적용하게끔 도울 뿐 아니라(Clarke, 2009), 그 적용의 근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
상황분석을 통해 탐색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사회적 관계 맺음 속 슬픔은 우선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에 근거한 Chung (2009)의 슬픔에 대한 진술과 일맥상통하였는데 그는 인간이란 본디 슬픔 속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며 그러한 타자의 실존에 맞물려 온전한 실존으로 된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또한 슬픔의 구조로서 온전성의 그리움, 슬픔의 재귀성으로서 자기지향성 등의 속성을 설명하였는데, 본 연구에서도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암 환우를 떠나보내면서 자신 또한 같은 처지에 있음을 공감하였다. 더 나아가 의료진에게 다른 살아있는 암 환우들의 안부를 물어 생존 여부를 확인하려 하는 등 신체적 건강 상실에 대한 불안을 슬픔의 성향으로 나타내었다. 또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 본인 역시 완전치 못한 존재로서 언젠가 죽을지 모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경험 속에서 결국에는 슬픔의 방향이 생존자 자신을 향하게 되는 국면을 맞이하였다.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슬픔은 사별 사건의 경험에서만 비롯되지 않았으며 투병 과정 전반에 얽힌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슬퍼하였다. 심적 고통 저변의 마음 상태를 대표하는 언어이자 평소 생존자들 간에 당연히 여기며 말하는 것으로서 ‘어두운’이나 ‘암울한’ 등의 은유적 어휘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기존 문헌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이거나 답답한 심정과 관련되어 종종 언급되는 표현이었다(Greenspan, 2003). Thannhauser (2009)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질병 경험을 탐색한 연구에서 사별이라는 상실 경험에 따르는 슬픔의 속성으로 힘든 감정을 떨쳐버리려 애쓴다거나 피하는 경향과 더불어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공포를 언급하였다. 같은 발달기에 처한 본 연구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도 슬픔이라는 감정을 회피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주변 암 환우의 암 재발과 같은 건강 악화 사건 발생 시 본인의 사소한 몸의 변화에 점차 기민해지고 걱정하며 사망한 암 환우의 마지막 상태나 이미지에 대하여 궁금해 하며 알아내고자 탐색하는 슬픔의 행동적 차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Park 등(2006)의 암 환자의 예비 슬픔(preparatory grief)에 대한 개념분석에서 언급된 슬픔으로 인한 반응과도 일치하였다. 종합해볼 때 이러한 결과들 간의 유사점은 본 연구에서 소아암 진단 및 투병, 그리고 암 생존에 이르는 전 과정에 얽힌 생존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슬픔이 파악되었기에, 위의 연구들처럼 한창 치료를 경험하는 시기에서 밝혀진 슬픔으로 인한 반응과 부분적으로 통한다고 사료되었다.
한편 McNeil 등(1991)의 백혈병을 앓았던 급우를 잃은 건강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별 연구에서 보고된 슬픔의 양상으로, 편히 느끼는 사회적 맥락인 같은 사별 경험을 한 친구에게 더욱 자신의 슬픔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고 나누길 원한다고 하였는데 본 연구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도 같은 질병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하는 암 환우를 편히 느끼고 마음을 터놓는 사회적 맥락으로 인지하여 슬픔을 위로받고 공유하고자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부모는 본 연구를 비롯한 다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거나 함께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언급되었다(McNeil et al., 1991; O’ Brien et al., 1991). 건강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슬픔 연구와의 차이점은 본 연구의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경우, 단지 슬픔이라는 주제 자체가 민감해서 쉽게 대화를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의 이유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자식의 암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힘들었을 부모를 보호하고자 두려움이나 걱정을 숨기듯이(Klopfenstein & Young-Saleme, 2002), 본 연구에서도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그동안 자신을 돌보느라 고생한 어머니에게 슬픔을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것조차 또 하나의 자식의 아픔, 즉 고통을 보게 하여 짐을 지우는 것이기에 슬픔을 숨겼다고 표현하였다. 더 나아가 본 연구에서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는 다른 환우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을 철저히 막고자 했던 역할을 한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그러한 어머니의 노력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렇듯 차별화되는 사회적 맥락 내 슬픔의 주요 속성은 슬픔의 표출에 있어서 관계 맺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른 실존적 고통인 슬픔을 드러내는 것과 가능한 숨기려 하는 긴장과 갈등의 내적 협상이었다. 여기에서 협상은 근거이론가들이 제시하는 방법론의 주요 개념 골자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슬픔 표출에 대한 내적 협상은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가 생존이라는 삶 속에서 다양하게 경험한 상실을 바탕으로 암 생존자로서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사고 과정을 거쳐 고안된 의식적인 노력이자 확립된 가치관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본 연구에서 소개된 상황 지도가 그 심리적 협상에 얽힌 다양성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마지막 단계에 마련된 위치 지도는 대립되는 협상 내 쟁점들이 정도별로 배치됨에 따라 연구 현상의 최종 핵심범주인 ‘슬픔 회피’로의 결론으로 연구자가 보다 더 가깝게 접근하는 데 도움 되었다.
결 론
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의 암 환우와의 사별 경험, 그리고 이후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계 형성에 따른 생존자의 슬픔에 대하여 새로운 근거이론방법론 분석전략인 상황분석을 통한 세 가지 수준에서의 지도 그리기 예가 제시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제시된 상황분석 지도는 연구자가 그려 만든 지도의 일부로, 자료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버전의 지도들이 업데이트 되었다. Clarke (2005, 2009)이 강조하였듯이 상황분석의 지도그리기는 질적 연구에서 분석 연습을 통해 연구자가 도구로써 준비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상황분석의 적용에 있어서 유의할 점으로는 그려낸 지도가 근거이론을 이용한 질적 연구의 결과물의 전부나 최종 결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점일 것이다. 즉, 근거이론 방법에 있어서 개념의 단계적 추상화인 코딩에서 범주화, 이후 이론화하는 과정, 그리고 지속적인 분석메모 작성을 통해 정통의 방법론에 추가된 전략으로 지도화(mapping)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황분석의 첫 번째 수준의 지도 그리기부터라도 향후 많은 질적 연구자들이 자료 수집과 분석의 순환 과정 속에서 시도해보기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