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
Needs for Pediatric Palliative Care among Parents of Children with Complex Chronic Condition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needs for pediatric palliative care (PPC) among parents of children with complex chronic conditions (CCCs) and to investigate differences in the needs for PPC according to their general characteristics.
Methods
A cross-sectional survey was conducted between March 28 and May 18, 2018. Parents (N=96) who had a child under 18 years with a CCC were recruited. Data were analyzed using descriptive statistics, independent t-test, and one-way ANOVA.
Results
The overall average need for PPC was 3.58±0.33 out of 4.00. In terms of care for the subjects' children, the highest need was physical care, followed by psychosocial and spiritual care. In the sub-dimensions, preservation of physical function received the highest score. Of the items, the highest need was for seizure control. In terms of care for the subjects themselves, the highest need was for psychosocial care, followed by bereavement and spiritual care. In the sub-dimensions, communication received the highest score. Of the items, the highest need was for smooth communication with medical staff. Differences in needs for PPC according to participants’ general characteristics were not statistically significant.
Conclusion
Medical staff should provide PPC according to the priorities of parents’ perceived needs.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소아청소년 완화의료(Pediatric Palliative Care, PPC)는 복합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그들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학제 간 협력을 통해 제공되는 총체적인 돌봄을 의미한다[1-3]. 복합만성질환(Complex Chronic Conditions, CCC)이란 갑자기 사망하지 않는 한 최소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의학적 질환을 의미하며, 하나 또는 여러 신체기관에 문제가 있거나 소아청소년과 전문 진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태로 3차 의료기관에 일정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4].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질병의 진단 시부터 제공될 수 있으며, 소아청소년이 질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다[2].
국내 완화의료의 대상이 되는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소아청소년의 수는 연간 15만명 정도이며, 대상 질환에는 악성종양, 신경계질환, 심혈관질환, 대사성질환, 선천성질환, 유전성질환 등이 포함된다[5].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청소년 사망원인을 분석한 연구결과에서 총 사망자 수 36,808명 중 12,515명(34.0%)이 복합만성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5]. 이처럼 많은 수의 소아청소년이 완화의료 대상에 포함되나,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호스피스 · 완화의료 전문기관 99곳[6]이 모두 성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아청소년을 전담하는 전문기관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성인과 다르게 다양한 발달단계에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발달수준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 질병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고려하여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7-9]. 또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 질환은 다양하기 때문에 질환마다 진행과정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8]. 대부분 기대여명을 예측하는 것이 불확실하고, 소아암의 경우에는 생존율이 약 80%로 높기 때문에 가족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9,10]. 사별 측면에서도 부모는 자녀와 사별로 인한 슬픔이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특별한 관심을 요하며, 형제자매와 조부모에게도 사별 후 돌봄이 필요하다[8]. 이처럼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다원적 차원에서 성인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하며[9], 이들을 위한 전문기관과 숙련된 전문가가 필수적이다[11].
이러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특수성과 필요성에 입각하여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가이드라인이 정착되어 있지만[12], 국내의 경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전문기관이 2017년까지 없었다[6]. 2018년 7월에 보건복지부에서 두 곳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기관(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을 선정하였으며, 이를 중심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에게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국내 상황에 적합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1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시작단계인 현 시점에서 정책과 실무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이 되는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완화의료에 대한 요구도를 포괄적으로 조사하여, 이를 토대로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요구가 잘 반영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모델 개발의 기초자료를 구축하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파악하여, 추후에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요구에 부합하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개발된 도구의 내용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정한다.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자녀와 자신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파악한다.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와 그 부모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차이를 파악한다.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조사하기 위한 서술적 조사연구이다.
2. 연구 대상
연구대상은 서울시 소재 Y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이 되는 복합만성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만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또는 해당 질환의 온라인 자조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부모이다. 대상 질환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 질환 분류에 따라 4군으로 구분하였으며, I군은 소아암, II군은 만성호흡부전과 만성신부전, III군은 대사질환과 염색체질환, IV군은 뇌 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애, 선천성 뇌 기형, 뇌성마비를 포함한다.
표본크기는 G*Power 3.1.9.2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산출하였다. 일원 분산 분석(one-way ANOVA)을 위한 효과크기 .35, 유의수준 .05, 검정력 .80, 그룹 수 4개로 설정하였을 때 최소 표본크기는 96명이었다. 여기에 자료분석 시 탈락률 20%를 고려하여 115명을 목표로 하였으나, 98부를 배포하여 응답이 불충분한 2부를 제외하고, 96부가 누락된 문항 없이 회수되어 최종 96부를 대상으로 하였다.
3. 연구 도구
본 연구에서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는 연구자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관한 국내외 문헌[9,14-18]을 분석하여 측정도구의 구성요소를 추출한 뒤 상위 영역과 하위 영역을 분류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32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Tables 1, 2). 도구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 21개 문항과 부모의 자신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 11개 문항으로 나눠진다. 각 문항은 4점 Likert 척도로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1점, ‘필요하지 않다’는 2점, ‘필요하다’는 3점, ‘매우 필요하다’는 4점으로 점수가 부여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돌봄에 대한 요구가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Cronbach’s α는 .90이었다.
4. 자료 수집 방법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Y대학교 부속병원 연구심의위원회의 승인(과제승인번호 4-2018-0093)을 받은 후 2018년 3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이루어졌다.
자료수집은 서울시 소재 Y대학교 부속병원의 소아혈액종양과, 소아신경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재활의학과 담당교수와 온라인 자조모임의 담당자에게 연구 설명문과 설문지를 제공하여 연구 진행에 대한 협조와 승인을 얻은 후 진행되었다.
대상자 모집은 오프라인의 경우 외래와 병동에서 모집공고를 통해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자를 편의 표집하였고, 온라인의 경우 게시판에 연구를 공지하여 본 연구에 관심 있는 대상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후 선정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표집하였다.
연구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연구참여의 자발성,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은 후 자가보고 형식의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온라인의 경우에는 네이버 폼과 구글 설문지를 통해 수집하였다. 설문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내외였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는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는 SPSS/WIN IBM 23.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과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는 기술통계로 분석하였고,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차이는 independent t-test, one-way ANOVA로 분석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개발된 도구는 내용 타당도(Content Validity Index, CVI)를 검증하였으며, SPSS/WIN IBM 23.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신뢰도(Cronbach’s α)를 검증하였다.
연구 결과
1. 도구의 내용 타당도 및 신뢰도 검증
개발된 도구는 전문가 집단을 통한 내용 타당도 검증을 실시하여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는지 평가하였다. Lynn [19]이 내용 타당도를 위한 전문가 집단 수는 3명 이상 10명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제시한 것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인, 종양전문간호사 1인, 아동전문간호사 1인, 소아과 병동 파트장 2인, 5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가진 소아과 병동 간호사 1인으로 구성된 6명의 전문가에게 내용 타당도 검증을 받았다. 내용 타당도는 문항수준의 내용 타당도(Item-level Content Validity Index, I-CVI)와 전반적인 도구의 내용 타당도(Scale-level Content Validity Index, S-CVI)로 산출하였다[20,21]. 전문가 집단이 6명 이상인 경우 I-CVI는 최소 .83이어야 하는데[20], 본 연구의 I-CVI 점수는 최소 .83에서 최대 1.00까지로 나타났으며, 평균 .99로 모든 문항이 타당하였다. S-CVI/Averaging은 .90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20,21]. 본 연구의 S-CVI 점수는 최소 .94에서 최대 1.00이며 평균 .99로 내용 타당도가 검증되었다. 또한 본 연구의 신뢰도 Cronbach’s α는 .90이었다.
2.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본 연구에 포함된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총 96명이며, 부모와 그 자녀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 어머니(87.5%)가 자녀를 간병하고 있었으며, 부모의 평균 나이는 40.47±6.12세였다. 거주지는 서울 · 수도권인 경우가 66명(68.7%)이었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경제수준은 40명(41.7%)이 ‘중’이었으며, 종교가 없는 경우가 40명(41.7%)으로 가장 많았다.
자녀는 남아 60명(62.5%), 여아 36명(37.5%)이었고, 평균 연령은 8.98±5.22세이었으며, 1개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47명(49.0%)으로 가장 많았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 질환을 네 군으로 분류하였을 때 IV군이 45명(46.9%)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I군이 35명(36.5%)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진단 이후 경과시간은 평균 3.18±3.15년이며, 1개월에서 14년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입원횟수는 10회 이상이 46명(47.9%)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 9.68±8.65회였다. 현재 완화의료를 받고 있는 자녀는 7명(7.3%)이었다(Table 3).
3. 대상자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전체 평균은 4점 만점에 3.58±0.33점이었고, 모든 문항이 평균 3.00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 중 자녀에 대한 돌봄 요구도의 평균은 3.61±0.33점, 부모 자신에 대한 돌봄 요구도의 평균은 3.52 ±0.43점으로 자녀에 대한 돌봄 요구도가 부모 자신에 대한 돌봄 요구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돌봄 요구도는 신체적 돌봄 요구 3.67±0.34점, 심리사회적 돌봄 요구는 3.65±0.44점, 영적 돌봄 요구 3.18±0.62점으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돌봄 영역 순으로 요구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위 영역에서는 ‘신체기능의 보존 요구’가 3.70±0.43점으로 요구도가 가장 높았고, 문항에서는 ‘경련을 조절해주는 것’이 3.81±0.39점으로 가장 높았다.
부모의 자신에 대한 돌봄 요구도는 심리사회적 돌봄 요구 3.59±0.45점, 사별 돌봄 요구 3.54±0.63점, 영적 돌봄 요구 3.21±0.68점으로 심리사회적, 사별, 영적 돌봄 순으로 요구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위 영역에서는 ‘의사소통 요구’가 3.65±0.4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문항에서는 ‘자녀의 질병상태나 치료에 대해 의료진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3.78±0.44점으로 가장 높았다(Table 4).
4. 대상자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차이
부모가 어머니인 경우(t=0.23, p=.821), 20대인 경우(F=1.24, p=.299),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t=0.33, p=.745), 경제수준이 중하위권인 경우(F=0.51, p=.678), 종교가 없는 경우(F=0.59, p=.622), 최종학력이 고졸인 경우(F=0.65, p=.525)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가 높게 나타났으나 유의하지 않았다.
한편 자녀가 여아인 경우에 남아인 경우보다 요구도가 더 높았다(t=2.15, p=.034). 동반질환이 3개 이상인 경우(F=2.37, p=.100), II군 질환에 해당하는 경우(F=0.66, p=.576), 진단 받은 지 10년 이상 경과한 경우(F=1.65, p=.169), 입원횟수가 10회 이상인 경우(F=2.12, p=.126)에 요구도가 높게 나타났으나, 자녀의 성별을 제외하고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Table 5).
논 의
본 연구는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돌봄의 대상으로 하며,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고, 질병의 진단 시부터 사별 이후까지 통합적인 돌봄을 제공한다[22]. 본 연구에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요구와 부모의 자신에 대한 요구로 나누어 각각 측정하였으며, 자녀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요구와 부모의 심리사회적, 영적 요구를 측정함으로써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데에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참여자의 자녀가 가진 질환은 암성질환(I군)과 비암성질환(II, III, IV군)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비율은 각각 36.5%와 63.5%였다. 미국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도 소아암이 30~40%이고, 나머지는 비암성질환인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23]. 소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약 80%에 육박할 만큼 치료의 성공률이 높아졌기 때문에[24] 소아암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주된 대상으로 생각했던 인식에서 벗어나 비암성질환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겠다.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는 모든 문항이 4점 Likert 척도에서 평균 3점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암 환아 부모를 대상으로 소아청소년 호스피스 요구도를 조사한 선행연구 세 편[25-27]에서도 모든 문항이 평균 3점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소아청소년 호스피스뿐 아니라 완화의료에 대한 부모의 요구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아암뿐 아니라 다른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완화의료 요구가 모두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대상에 암성질환과 비암성질환을 모두 포함시켜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대상자의 자녀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는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돌봄 영역 순서로 높게 나타났는데, 암 환아 부모의 호스피스 간호에 대한 요구도 조사[26]에서도 신체적, 정서적 돌봄 순으로 요구가 높았던 결과와 일치한다. 연구대상자의 자녀는 현재 3차 의료기관에서 특정한 신체적 건강문제를 주호소로 진료를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신체적 돌봄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리사회적 돌봄 요구와 영적 돌봄 요구도 평균 3점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총체적 관점에서 돌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자녀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하위 영역에서는 자녀의 신체기능(감각기능, 인지기능, 기동성)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돌봄에 대한 요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모는 자녀가 중증질환에 걸리거나 심지어 임종이 가까워져서 명백한 신체기능의 제한이 있더라도 자녀가 최대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지내길 바라는데[28], 의료진은 부모의 이러한 요구를 알고 자녀가 최적의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봄을 계획하고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자녀에 대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세부문항에서는 경련 조절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아암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26]에서는 통증 조절에 대한 돌봄 요구도가 가장 높았던 반면, 본 연구에서는 소아암 외에도 여러 신경계질환, 대사질환, 염색체 질환 등이 포함되면서 경련 조절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 연구의 소아암군에서는 통증 조절(3.49±0.61점)보다 영양문제 조절(3.77±0.43점)에 대한 요구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선행연구결과[26]와 차이가 나타난 까닭은 본 연구에 참여한 소아암군이 말기 환아보다 유지치료를 받고 있는 환아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말기 소아암 환아가 주로 호소하는 통증보다는 영양문제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같은 질병군이더라도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요구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개별화된 돌봄이 요구된다.
한편 부모 자신에 대한 돌봄 요구에서는 의사소통 요구가 가장 높았으며, 특히 의료진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의사소통은 완화의료의 기본이며, 원활한 의사소통은 환자와 가족이 의료진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한다[16]. 또한 의사소통은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기대여명이 제한적인 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질환, 치료, 예후에 대해 개방적이며 명확하고 공감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의료진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질적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28]. 반면에 부적절한 의사소통은 돌봄의 질을 저해하고, 수 년 동안 가족에게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28]. 따라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환자 및 가족과 치료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소통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생각된다. 설문 조사 시 완화의료에 대해 알고 있는 보호자는 23명(24%)에 불과했는데, 완화의료의 개념을 모르는 부모가 대다수로 설문 응답이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신의 자녀와 완화의료의 돌봄 내용을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요구도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본 연구에서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요구도의 차이가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연구대상자 96명에게 완화의료의 개념과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에 기여하였다고 생각된다.
완화의료에 대한 환자 · 보호자 · 의료진의 인식 부족은 전문인력 부족, 인력 및 시설 확충을 위한 재정 부족과 함께 완화의료 확산의 장애물[29]이므로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2016년에 제정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7년 8월에 시행되면서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이 ‘호스피스의 날’로 지정되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호스피스의 날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30]. 이처럼 정부 차원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에 의한 범국민적 홍보를 통해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병원 차원에서도 의료진에게 완화의료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의료진의 인식을 향상시켜 환자진료와 부모상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요인 분석을 통한 구성타당도 검증이 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의 하부요인 영역에 대한 분석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둘째, 표본 표집 시 II군과 III군 질환에 대한 표집이 불충분하여 이 두 그룹에 대한 임상적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셋째, 소아청소년 사망원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천성 심장질환과 미숙아 관련 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 대한 표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속연구에서는 그룹별 표본을 충분히 표집한 후 개발된 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통해 제언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요구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별화된 간호를 제공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다양한 질환과 많은 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 조사연구를 반복 수행할 것을 제언한다. 마지막으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일반인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대중매체 등을 활용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것을 제언한다.
결 론
본 연구는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파악하고, 대상자의 특성에 따른 요구도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수행된 서술적 조사연구이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요구도를 측정하기 위해 국내외 선행연구를 통합하여 32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도구를 개발하였다. 도구의 내용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 결과, 타당하고 신뢰도 높은 도구임이 검증되었다. 복합만성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신체기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중재와 자녀의 신체적 증상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높았고, 의료진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에 따라 요구도가 높은 돌봄부터 우선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국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모델을 구성하는 데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Notes
No potential or any existing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